[법률라운지] 하자소송 합리화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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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소송에 대한 해법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하자소송 문제는 개별 기업이나 법무법인의 대응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이해관계가 깊은 주택도시보증공사,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서울보증보험 등 보험사들과 대한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 주요 건설 관련 협회가 공동으로 일정한 기금을 출연하여 전문 학회를 설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학회가 조직적이고 구체적으로 대응에 나서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 학회는 단순히 기술 연구나 법적 검토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하자소송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와 제도적 개선을 동시에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나 아침 시간대 대중적인 시사ㆍ생활정보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하자소송의 폐단, 감정 절차의 불투명성, 판결의 예측 불가능성 등 문제점들이 정기적으로 방송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미디어 노출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국민적 인식 개선과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방송뿐 아니라, 신문과 잡지 등의 전통 미디어에서도 기획기사, 인터뷰, 전문가 칼럼 등 다양한 형식으로 꾸준히 이슈를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자소송의 심각성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사회 전반에 알리고, 관련 정책 당국과 법원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지속적 여론 형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개별 건설사나 업계 단체들이 일부 문제를 지적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세적 대응은 결국 하자소송의 범위를 더욱 확대시킬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사실관계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상반된 판결이 내려지고 있는 현실은 명백한 제도적 결함이 존재함을 반증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문제에 대해 누구도 이를 공론화하지 않고 있으며, 더구나 건설사나 로펌이 선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정치적ㆍ사회적 부담이 너무 큽니다. 건설사가 직접 나서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고, 로펌이 움직이더라도 이해관계가 얽혀 실효성 있는 개선 논의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건설감정실무연구회는 2012년경 ‘건설감정실무’를 발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실무서 자체에도 많은 문제가 존재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인의 재량 문제나 감정항목의 명확한 기준에 대해 아무런 지침이나 통일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6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지만, 오히려 감정 기준의 불명확성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판부와 감정인에 따라 감정 방식, 보수 단가, 하자 수량 산정 방식 등이 달라져 하자소송의 결과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적 정비가 시급히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하자소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사례도 존재합니다. 과거 손해보험업계는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 판결액이 과다하여 일부 보험사는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당시 손해보험사들은 각출된 기금을 바탕으로 배상의학회를 설립하고, 이 학회가 중심이 되어 손해배상금의 적정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 감정의 기준을 표준화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교통사고 관련 손해배상 판결은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정되었고, 보험사들은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나 부도 위기까지 우려되던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처럼 공동 대응을 통해 제도적 개선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동시에 이끌어낸 선례는, 지금의 하자소송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하자소송은 이제 업계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사회 구조적 문제입니다. 보험사, 보증기관, 건설단체가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학회와 여론을 통해 제도 개선을 유도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자 없는 아파트는 없지만, 지금의 하자소송은 그 범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정홍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인)